출처 : 크레마클럽 https://cremaclub.yes24.com/BookClub/Detail/118197595
“끊임없이 숨을 쉬는 존재, 분명히 살아 있는 존재가 곁에 있다는 상상만으로 마음을 놓을 수 있었다.”
평온한 나날에도 어김없이 피어오르는 과거의 상처와 미래의 불안 내면의 소용돌이를 잠재울 따뜻하고 부드러운 단 하나의 호흡법 외롭고 지친 청춘들의 시린 삶을 솔직한 시선과 곡진한 문체로 그려온 김혜나 작가의 두 번째 소설집이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인 『청귤』로 “고통이 곧 삶의 증명임을 보여준다”고 평가받은 작가는 전작의 주제 의식을 이어받아 더욱 성숙해진 시선으로, 상처를 품은 인물들이 각기 다르게 아픔을 마주하고 겪어내는 과정을 감각적인 문체로 묘파해낸다. 내면에서 마구 소용돌이치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과 불편, 요가·명상·수련·음식·다도 등으로 표상되는 고요와 평화 속에서도 끊임없이 고뇌하고 번민하며 갈팡질팡하는 마음, 결과를 알 수 없음에도 미래로 나아가며 해답을 얻거나 얻지 못하는 인물의 이야기가 레드벨벳 케이크처럼 어우러진 작품집이다.
‘깊은숨’은 단편 〈가만히 바라보면〉에 나오는 단어다. 내면의 평화를 얻기 위한 요가의 호흡법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고뇌에 차서 내뱉는 한숨, 편안하게 휴식하며 내뱉는 숨, 내가 존재하고 살아 있음을 일깨우는 들숨과 날숨 등 다층적인 의미를 내포한다. 오지 않은 미래가 두려운 까닭은 결말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설사 비극으로 끝난다 해도 결과를 알 수만 있다면 의연하게 그 한가운데로 걸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끝내 결과를 모른다면, 장밋빛 미래라 해도 더 이상 그쪽으로 다가가고 싶지 않았다.
(…)
스스로 시작하고 끝낼 수 없다면 싹을 잘라버리는 게 나았다. 가만히 놔두었다가 발효의 과정을 지나 산패해버리는 탁주처럼 모든 것이 망가지는 결말은 보고 싶지 않았다. _본문에서
목차
오지 않은 미래
가만히 바라보면
아버지가 없는 나라
모니카
비터스윗
레드벨벳
코너스툴
신간코너에서 제목에 이끌려 집어든 이 책. 제목만 보아도 힐링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예상했던대로 책의 분위기는 차분하고 정서적으로 흘러가 편안히 읽혔다.
그리고 요가를 수련한 작가님답게 요가에 대해 전문적인 내용이 많이 기술되어있었고 크레마클럽 링크의 저자 소개에 적혀있는 것을 보니 양조까지 배워보셨다고 하시니 책의 군데군데 작가님의 경험이 직접 묻어나 더욱 생생한 작중 인물의 행동과 감정을 읽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각 단편으로 이루어진 소설들의 화자는 모두 여성이며 사람과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생각, 사건을 주로다루며 이야기를 진행시킨다. 이야기가 진행되며 화자의 감정, 생각의 변화 등을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오지 않은 미래 - 작가인 화자와 양조를 하다만난 여경, 그리고 그의 남자친구 진수. 셋 사이에 얽힌 아슬아슬하고도 기묘한 감정선
▶화자와 진수사이의 묘한 기류를 잘 표현하여 과연 이들은 정말 서로에게 마음이 있는 것이냐, 아니냐 의문을 품고 또한 그것이 궁금하여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다.
가만히 바라보면 - 한국에서 유망한 요가 강사를 하던 화자지만 부상으로 인해 요가를 지속할 수 없었고 그로 인해 생긴 상황들에 지쳐 방콕으로 떠난다. 그곳에서 만난 트랜스젠더 여성인 '잠'과 '린'. 그들이 가지고 있는 과거의 응어리와 현재
▶요가의 차분함과 방콕의 후덥지근한 여름이 잘 묘사된 것 같다. 이번엔 트랜스젠터가 등장하는 것이 다소 놀랍고 신기했따. 방콕에선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수도 있겠거니 싶다.
아버지가 없는 나라 - 한국에서 영어강사를 하는 화자와 해외로 입양 보내진 '아진'. 그리고 그런 아진에게 들려온 한국의 '친부' 에 대한 소식에 아진은 한국에 들어와 친부를 찾게 된다.
화자는 그런 아진을 보며 자신의 어린시절, 어머니와 모니카를 떠올린다.
▶반전의 이야기를 통해 꽤나 이야기에 몰입이 되었던 것 같다.
아진의 이야기에서 나의 이야기가 서술되는데, 그 이동이 자연스럽다.
아진과 아버지, 그리고 화자와 모니카 간의 관계에 집중하여 보게 된다.
모니카 - 이전 글에 등장했던 화자의 어머니 시점으로 돌아가 이번엔 어머니의 시점으로 이야기가 진행 된다.
20년만에 뉴욕에 강의를 하러 가게 된 화자. 그러나 20년 전 이곳에서 화자는 모니카라는 연인을 만났었다.
강연을 준비하면서 모니카와 함께 했던 추억을 떠올리고 마침내 시작한 강연의 강연장에서조차 모니카를 쫓는다.
▶ 이전 글을 보면 모니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모니카는 어떤 인물이였는지 궁금하게 된다.
나는 해당 챕터를 보며 그래서 과연 과거의 모니카는 왜 그랬으며 현재의 모니카는 어떻게 살까... 하고 의문이 생겼었는데
그것에 대한 궁금증은 해결되지 않고 나까지 글 내부에서 모니카의 모습을 쫓게 되었던 것 같다.
비터스윗 - 이야기의 무대는 인도. 남자친구와 맞지 않는 화자와 가족과 맞지 않는 진.
그들은 둘이 있을때는 너무도 즐겁지만 각자의 가정과 함께 있으면 괴롭다.
그들은 서로의 가정을 데리고 동물원을 가게 되는데...
▶비터스윗이 무엇인지 몰라 찾아보았다.
Bittersweet 쓰고 달콤함이라는 뜻으로 서로 같이 있었을 땐 달콤함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가 가정을 지킬땐 씁쓸함이.
우리끼리만 같이 있으면 이렇게 즐거운데, 가족과 있으면 이렇게 힘드네
제목대로의 그 감정을 글 속에 잘 녹인 것 같다.
레드벨벳 - 원어민에게 영어 수업을 듣는 화자. 그리고 그 수업의 선생님인 헤럴드.
화자는 헤럴드의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어 그와 내적 친밀감을 쌓고 헤럴드 또한 화자의 태도에 처음엔 응한다.
이후 학원을 떠난 헤럴드에게 화자는 편지를 보내는데 답장은 없다.
그러나 이후 새로운 학원을 열었고 거기에 초대한다는 전체 메일을 받게 된다.
그곳에서 다시 재회한 헤럴드는 다소 부족한 가족들의 모습을 보이게 되며 자리를 뜬다.
자리를 떴던 그가 다시 돌아오는데 그 손엔 화자가 좋아하는 레드벨벳 케이크가 들려있다.
▶이 글 역시 첫번째 글 처럼 이뤄져서는 안될 감정에 대한 아슬아슬한 감정선이 묘사 된다.
직접적으로 '좋아한다'는 감정을 보이지는 않지만 서로가 무언으로 자신이 현재 가둬져있는 울타리 안에선 즐겁지 않음을 보여주며 이뤄질 수 없는 감정에 대해 무언의 애틋한 감정을 내보인다. 그리고 작가님이 이런 가느다란 감정선 묘사를 참 잘 하시는 듯 하다. 레드벨벳 케익이 가지는 의미가 아주 중요하다.
코너스툴 - 코너스툴이란 독립서점에서 강연을 한 화자. 그리고 그곳의 주인인 호산.
화자는 강연을 인연으로 교류한 호산이 자신과 문학적 교류가 잘 맞는다고 생각하여 편지를 주고 받지만
이미 결혼을 한 호산의 아내가 화자의 행동을 제지한다.
동성을 좋아하는 화자는 이에 대해 억울하지만 설명을 할 수 없었고 결국 마음 한 곳에 이를 묻어둔다.
그러나 몇년이 지나, 호산의 아이가 성인이 되고 그 아이가 쓴 글이 주목받게 되며 화자는 이 존재에 대해 알게된다.
당시의 억울한 감정을 호산의 아이인 예지에게 편지로 전달하여 이에 대한 글을 써 호산이 갖고 있을 오해에 대해 풀어주었음을 전한다.
▶코너스툴이라는 독립서점에 대한 묘사가 너무 상세하길래 찾아보니 실제로 존재하던 서점이였다.
작가님 또한 이 글의 화자처럼 코너스툴 서점에 대한 추억이 있었고, 이 작은 서점이 대체 얼마나 좋았길래 이렇게 글의 소재가 될까 궁금하여 여기저기 자료를 찾아보기도 하였다.찾아보니 우리 동네에도 있는 무인서점이 떠올랐다. 그곳에선 코너스툴 처럼 문학적인 모임이 이뤄지기도 한다던데.코너스툴이 사라졌듯, 그곳이 사라지기 전에 한 번 꼭 방문해봐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이번에도 화자와 호산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에 대한 묘사가 있었다. 결론적으론 아니였지만 이를 밝히는 방법이 신예 작가로 등단한 딸 예지에게 편지로 밝히는 것이 색달랐고, 재밌었다.
책엔 작가님이 직접 겪은 요소가 많이 나왔다. 양조, 요가가 그 대표적인 예인데 요가강사, 요가수련에 대한 장면이 많이 나와 글의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차분했다. (요즘 안그래도 요가에 대한 흥미가 있었는데 간접적으로 정보를 얻게 된 것 같다. ) 그리고 해외에 대한 인물, 배경도 많이 나왔기에 해외도 자주 다니신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경험을 글 속에 녹아내어, 그것이 읽는이로 하여금 반복되는 소재에 신선함을 주진 못하지만 그래도 신빙성있는 정보, 전문성을 띄기에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이건 마치 그림에서의 '작가 고유의 소재, 기법' 등이 보이듯이 작가의 시그니처로 받아들여야할 것 같다.
나는 글을 그냥 찌끄리고 싶은 사람으로써 이 반복에 대한 고민이 있었는데 이 고민이 조금 해결된 것 같기도 하다.
위 글들은 모두 정확한 마무리가 되지 않는다. 딱 시원한 결론이 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후 사건들이 어떻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때문에 뒷 이야기를 상상하는 재미가 주어지게 되고 이 책을 리뷰하면서도 그 뒤의 내용을 상상하는 즐거움을 맛보고 있다.
아슬아슬한 물 잔이 넘쳐흐르지 않고 현명히 감정이 정리가 되었으면 하고 이 글의 화자들을 응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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